기타

제비

선릉교회 2007. 6. 2. 19:13
제비
詩 우 영 규


홀랑 벗은 여자 같이
날씬한 몸매로 공중을 누비며 다닌다
제비가 휙휙 날아다닌다

새벽 같은 날개를 젖히며
보라색 같은 입술을 하고
이른 아침을 날아서 소식을 알리면

언제 온 줄도 모르던 봄이 제비를 반긴다
새집을 짓고 고향인 냥 머물러 살다가
앙증스런 새끼 어른이 되면

늘 다니던 여행길을 또 떠나리니
먼 이국의 하늘 아래서 살다가
고향이 그리우면 돌아오리니
내 집이 그리운 날 돌아오리니

무서운 습관이 자욱한 안개를 가르며 오고
물차며 날던 제비가 최면에 걸린 듯 돌아오리니
몽유병에 걸린 제비가 오늘처럼 돌아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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