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저축은행의 임직원이던 친척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일으키게 해 주었다. 최씨는 저축은행으로부터 그 대가로 매달 200만원 정도를 받아왔다. 저축은행은 이렇게 일으킨 대출금을 저축은행의 부동산사업을 위해 사용했다. 이후 자금난을 겪던 저축은행의 경영이 악화되어 저축은행은 파산선고를 받았다.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금보험공사는 최씨에게 대출금을 갚으라고 요구해 왔다. 최씨는 실제 자신은 대출을 받은 바는 없고, 실제 대출을 받은 주체는 저축은행인데, 최씨 본인은 저축은행과 서로 짜고 자신의 명의를 대출자 명의로 제공해 준 것에 불과하므로 대출금을 갚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의 주장은 타당한가.
통정허위표시(通情虛僞表示)란 표의자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를 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과 상호 양해 내지 합의하는 허위의 의사표시를 말한다. 허위표시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 사안의 경우, 저축은행과 최씨 사이에서는 최씨가 실제로 대출을 받겠다는 진의의 의사는 없다. 단지 외관상 최씨명의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저축은행과 최씨가 양해 또는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저축은행은 최씨에게 대출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최씨의 주장의 요지도 그러하다.
그런데 명의대여 대가로 정기적으로 일정금원을 받아온 경우에는 대출의 법률상 효과를 최씨 본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명의대여 대가를 지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대출의 법률상 효과 즉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명의대여 대가는 명의를 빌려준 대가에 불과할 뿐, 그렇다고 대출금을 갚겠다는 합의가 최씨와 저축은행간에 이루어졌다고까지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견해도 있다. 위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 그러하다(대판 2014다87571 판결).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최씨가 저축은행에 대출 명의를 빌려주면서 대출약정서에 직접 서명·날인하고 자신의 인감증명서도 직접 발급받아 제출했으며, 명의 대여 대가로 매달 150만~200만원 정도를 받는 등 경제적 이득도 취한 이상, 대출의 법률상 효과를 자신이 부담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금융기관이 허위 대출을 해 이 돈을 다른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준 형식상 대출자라고 하더라도 명의 대여 대가를 정기적으로 받아왔다면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사안의 경우, 대법원의 입장에 의하면 최씨는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