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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먹거리 풍경

선릉교회 2007. 12. 5. 14:09
골목길 돌아오는데 구수한
메주 콩 삶는 냄새가 발거음 멈추게합니다
잊혀져가는 어린날의 먹거리 풍경이
메주콩 삶는 냄새에 소복이 담겨지네요

간간이 찬바람에 흔들리며
건조 되어가는 시래기 엮은 풍경은
또 얼마나 정겨운지요

어렵던 시절의 겨울나기로 으뜸이였던
시래기 나물의 다양한
변신이 떠오릅니다
겨울채소가 귀하던 시절 가을볕에 잘 말려진
시래기는 겨울내내 어머님의
찬 걱정을 덜어주었고 더러는 주린배
채우기에 일등공신이였습니다

시래기 한가지이면 어머님의
요술 손맛에 여러 모양새로 변신하여
날마다 올라오는 식탁에
올망졸망 아이들의 맛난 먹거리였고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보약이였답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먹어야했고
다양한 어머님의 손맛에 길들여져
지겨운줄 모르고
어린시절을 그렇게 보냈었지요

이맘때면 담벼락에 집앞 감나무 가지위에도
빼곡히 걸쳐진 많은량의 시래기는
겨울을 지나면서 하나씩 모두 사라진던 걸
보면서 사람입은 참 무섭다는 생각했답니다

동네 우물가에 너나없이 시래기삶아
씻어내며
왁자하던 모습들 무우청 특유의 향기는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저 옛 입맛을 못잊어하는 중년들에게
귀한 먹거리였지
지금 세대들에게 그맛은
가장 맛없는 버려져야할 쓰리기로
각인되지 않을까 안타갑습니다

몇가닥 볏집으로 엮어진
시래기 매달린 나뭇가지 풍경이 정겹습니다
버리기 아까워 시골 아낙의 알뜰한 손길에
내 잊혀진 추억이 고스란히 담아집니다

투박한 항아리에
모락모락 김 나는 삶은 시래기의 향기도
가마솥 가득 끓여내던 멀건 시래기죽
한 그릇에 어머님의 자식사랑이
오늘 아침에는 푸른강이 되어 흘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