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의 이해 (계산된 모험)
『이 章은 암벽등반의 경험이 없는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 사람들에게 암벽등반이라는 행위가 도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전반을 소개하므로서, 그들이 앞으로 암벽등반에 입문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글 입니다. 암벽 하시는 선배제현 께서도 `어디, 뭐라고 썼나?` 하는 마음으로 한번 읽어 주시면 고맙겠읍니다.』 (이 글은 98년에 쓴 글이므로 일부 최신장비에 대한 언급이 없음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 [바로보기] 계산된 모험 | 장비와 체력 | 방호 시스템 | 하강
■ 계산된 모험
● 인수봉이나 선인봉과 같은 거대한 바위벽을 오르는 크라이머들을 보노라면 문득, 나도 한번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곤 할 것이다. 그러나 선뜻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운 법. 왜? 위험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니까. 암벽등반은 사실(당연히) 위험하다. 그리고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것과는 달리 신중함과 과감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벽등반을 즐기는 크라이머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는 짜릿한 모험과 성취감을 맛볼수 있는 스포츠인 때문이리라.
● 암벽등반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를 당하는 확률은 의외로 크지 않다. 일상생활에서 당할수 있는 위험보다도 (예컨데 교통사고) 오히려 적은 것이다. 그 이유는 위험에 대비한 충분히 검증된 방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행위인 때문이다. 그렇다.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기만 한다면, 암벽등반이야말로 철저히 계산된 모험을 즐기는 매력 넘치는 스포츠인 것이다. |
■ 장비와 체력
암벽을 오르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비가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것들로는 자일, 안전벨트, 암벽화, 카라비너, 퀵드로우, 8자 하강기 등이 있으며, 낙석이나 추락시를 대비하여 핼멧도 준비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장비들이 필요하다. 각각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 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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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일 : 만약 바위를 오르다가 미끄러져 "맨땅에 헤딩" 한다면 크게 다칠수가 있다. 그러나 자일에 매달려 허공에 내 몸이 떠있게 된다면? 아아, 고마운 생명줄이여... 자일은 9-11 밀리의 굵기에 40-50 미터 정도의 길이를 많이 사용한다. 암벽용 자일은 나일론으로 짜서 가볍고 탄력성과 충격 흡수력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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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벨트 : 자일을 몸에다 직접 묶는 것이 아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여기 에다 자일을 묶는다. 그렇게 하므로서 더욱 안전이 확보되며 (추락 확보시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켜 줌) 활동이 자유스러워 진다. 안전벨트는 허리와 허벅지 칫수가 잘 맞는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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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벽화 : 스파이더맨 처럼 바위에 붙기 위해서는 암벽화를 반드시 신어야 한다. 암벽화는 등산화와는 정반대로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밑창은 마찰력이 강한 고무로 되어 있다. 맨발에 꼭맞는 치수로, 우리 나라 바위 특성(화강암)에 맞게 제조된 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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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비너 : 자일의 연결고리 역활을 하는 `D` 자형의 강철고리 인데, 개폐장치 가 있어 자일을 쉽게 통과시키거나 꺼낼수 있도록 되어 있다. 등반 도중에는 자일을 묶거나 걸거나 푸는 행위를 두 손으로 할수가 없으므로 카라비너를 사용하여 한손으로 처리한다. 개폐구는 스프링에 의해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하며, 절대 열리지 못하 도록 잠금장치가 달린 것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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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퀵드로우 : 이것 역시 카라비너의 범주에 속하는 것인데, 2개의 카라비너를 15-30 센티 정도의 테이프 슬링(넓적한 끈)으로 연결해 놓으므로써 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주로 선등자가 등반 하면서 확보지점 마다 설치한다. 한쪽 카라비너는 확보물에 걸고 다른쪽 카라비너에는 자일을 통과시켜 둔다. 그 결과 자일은 슬링의 길이만큼 확보점으로부터 여유로와지므로 자일의 흐름이 원활해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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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자 하강기 : 8자 하강기는 등반을 마치고 현수하강 시에 사용한다. 또한 등반자를 확보할 때에 확보기로도 사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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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 : 암벽등반을 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체력이 요구되는 것일까? 힘 없는 사람들은 정녕 할수 없는 종목인가? ... 아니다.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괴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암벽등반이 중요하게 요구하는 조건은 균형감각과 유연성과 과감한 동작 이다. 그리고 약간의 팔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등반과정의 대부분 은 발쓰기 동작으로 수행된다. 올바른 발쓰기 동작은 팔힘을 최소한으로 줄여준다. 최근들어 여성 크라이머들이 많이 늘고 있다. 괴력이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바위터에 가면,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뛰어난 기량으로 암벽 을 즐기는 모습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
■ 방호 시스템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암벽등반을 하다보면 누구라도, 그리고 언제라도 추락을 할 수가 있다. (추락은 '등반지상사' 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추락을 경험하지 않은 크라이머는 아마 한명도 없을 것이다. 만일 맨몸으로 바위를 오르다가 그냥 추락을 한다면 당연히 다치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다치기 위해 스포츠를 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전은 어느 경우든 최우선의 가치인 것이다. 암벽등반에도 안전을 최우선 으로 하기 위한 배려가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다. 바로 이 방호 시스템을 기반으로 암벽등반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방호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고나면 추락도 두렵지 않게 될 것이다. (누가 추락을 두려워 하랴!)
방호(확보) 시스템의 핵심은 자기확보와 상대확보 두가지이며, 목표는 등반중 추락하더라도 그가 땅바닥까지 자유낙하하여 "맨땅에 헤딩" 하는 것을 차단하고, 추락자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리도록 하는 것이다. (허공속에 몸이 존재하니 얼마나 안전한가! 공기에 이리저리 머리를 부딪혀봐야...)
● 2인1조 등반
3-4 인이 함께 등반을 하거나, 단독으로 등반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2인1조 등반이 기본이다. 두사람 중 한사람이 먼저 오르고 (선등자), 다른 한사람 (후등자)는 선등자가 추락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선등자의 안전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하나의 자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선등자는 오르면서 2-3 미터 간격으로 확보점에 퀵드로우의 한쪽 카라비너를 걸고 다른 한쪽 카라비너에는 자일을 통과시켜 둔다. 만일 선등자가 추락한다면 선등자 몸에 묶인 자일도 줄줄이 딸려 내려갈 것이다. 그 순간 아래쪽에 있는 후등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그 딸려 올라가는 자일을 꽉 붙잡아 준다면 추락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만일 최종으로 퀵드로우를 설치한 지점에서 1 미터를 더 오르다가 추락 했다면, 추락자는 2 미터 정도만 추락하고 더이상 추락하지 않는다. (왜냐구요? 마지막 확보점을 중심으로 위로 1 미터 + 아래로 1 미터 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후등자가 추락을 즉시 정지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만일 후등자가 한눈을 팔고 있었다든가 확보요령을 숙지하고 있지 못했다면 추락자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일 파트너 간에는 상호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어쨌든 선등자가 무사히 올라갔으면, 다음은 후등자가 오를 차례이다. 이때는 선등자가 후등자를 확보해 준다.
● 볼트, 앵커, 피톤
이제 어렴풋이나마 암벽등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는 알겠는데, 확보물 설치는 감이 잘 안 온다고요? 암벽 표면에 햄머질을 해가면서 오르냐구요? 물론 아니죠. 우리가 오르는 암벽 루트에는 이미 적당한 간격으로 카라비너를 걸수 있는 볼트가 박혀 있답니다. 볼트, 앵커, 피톤이라고 하는데, 그 루트를 처음 개척한 크라이머가 미리 설치해 놓은 것이죠. 물론 볼트가 박혀있지 않은 구간도 있는데 이때에는 등반자 스스로가 확보물을 설치 합니다. 그럴려면 바위에 햄머질을 해야하니까 괴력이 필요하잖냐구요? 그게 아니구요, 이때는 일회용 확보장치를 설치 합니다. (프렌드나 넛트 등의 장비) 물론 등반이 끝나면 회수 합니다.
● 피치 등반
암벽을 오르거나 내려오는데 자일의 길이가 모자라면 어떡하냐구요? 당연히 모자랍니다. 그래서 등반이나 하강도 자일의 길이 만큼씩 나누어서 진행 합니다. 그 나눈 마디 마디를 피치 라고 합니다. 자일의 총길이가 40-50 미터 정도니까 한피치는 이것을 넘을수가 없죠. 인수봉이나 선인봉에서 크라이머들이 암벽 군데군데에 몰려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셨죠? 그곳이 바로 한 피치가 끝나고 다음 피치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이곳에서 선,후등자 간에 장비점검이 이루어지고, 다음 피치등반이 준비됩니다. 하강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 자기확보, 상대확보
"등반에 실패한 자는 용서하여도, 확보에 실패한 자는 용서하지 말아라"는 말이 있읍니다. 그리고, 자일 파트너는 형제보다도 어떻다...는 말도 있읍니다. 사실 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확보 시스템 전반의 작동원리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 합니다. 장비 하나하나를 다루는 법, 매듭법, 몸쓰는 법, 확보법 등등의 구체적인 지식은 따로 "등반기술" 란에서 소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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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강
● 어려운 등반 끝에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야호~도 한번 외치고, 수고한 자신에게 노고를 치하도 한다. 가슴이 뿌듯하다. 그러나 이제는 하산할 차례. 해도 어느덧 뉘엇뉘엇 서산에 지려 한다. 하산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걸어서 내려가는 것이고 (워킹코스가 있 다면), 또 하나는 자일을 타고 곧바로 하강(현수하강) 하는 것인데, 거의가 현수 하강을 한다. 왜냐? 빠르니까! 그리고 재미 있으니까. (재미 있는것은 사실이나 하강도 엄연히 등반의 일부이므로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 하강할 때에는 주로 8자 하강기를 사용한다. 8자 하강기를 사용하므로서 자신의 몸이 자일로부터 이탈(추락)되지 않을수 있으며, 하강속도 조절도 가능하다. 하강 시에는 하강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매우 신중 하여야 한다. 하강기를 자일에 연결하기 전 까지는, 자신이 확보 시스템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싯점이 있을수 있는데, 현재 내가 그러한 싯점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가능한 한 그러한 시간을 극소화 해야 한다. 자기확보가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하강할 때에는 영화속 특공대원처럼 깡총깡총 뛰어서 내려가거나, 너무 빠른 속도로 단번에 하강하는 것은 모두가 자일에 무리한 충격을 주게 되며, 순간적으로 자기 통제를 위한 조작이 불가능해 질수가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올바른 하강법은, 아래를 자주 내려다 보면서 의자에 걸터앉는 느낌으로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히고 뒷걸음질 치는 동작으로, 일정한 속도로 내려가는 것이다. ((98. 산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