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이란?
암벽등반이란?
사람들은 암벽등반이 적군의 요새를 기습하는 게릴라처럼 갈고리를 매단 로프를 던져 잡고 오르는 것쯤으로 이해하기 십상이다.
등산사적으로는 그런 식으로 오르는 방법이 주로 행해지던 시대가 있었지만 오늘날의 현대 등반은 줄을 잡고 오르는 '게릴라식' 등반을 거의 수반하지 않는다. 또한 성공 아니면 죽음의 선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산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단순히 암벽등반의 실패에 기인한 사고는 매우 드물다. 산에서 일어난 사고는 대개 자연이란 거대한 힘에 부딪쳐 어쩔 수 없는 경우이거나 자만심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최근 스포츠란 단어를 받아들인 '스포츠 클라이밍'은 자연환경과 기후에 노출된 전통적인 알파인 클라이밍에 비하면 스포츠의 '놀이적' 특징이 한결 두드러져 즐겁기까지 한다.
클라이머가 평지가 아닌 수직의 바위에서도 이처럼 즐겁고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로프 몇 가지 쇠붙이들에 의한 미더운 안전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그물을 드리워 '안전'을 확보한 다음 공중 3회전 따위의 '모험'을 시도하는 곡마단의 공중곡예와 다를 바 없는 계산된 모험이다.
암벽등반의 경우는 로프와 카라비너 등의 장비가 곡마단의 그물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장비들이 등반을 대신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장비를 다루는 방법은 퍽 간단해서 누구든지 쉽게 익힐 수 있는 반면, 바위를 오르는 기술은 너무도 복합적이고 가변적이다.
본능적인 오름짓 이외에도 주도면밀한 손, 발기술을 필요로 하며 추락의 공포를 이겨내는 강담, 정확한 판단력과 심지어는 육감까지도 요구한다.
결론적으로 장비는 안전한 등반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필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노련한 클라이머들은 습관적으로 추락에 대비한 장비를 설치하며 등반하지만 자신의 등반능력 이상으로 장비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
아무리 숙달된 스카이다이버도 점프할 때는 별도의 예비 낙하산을 휴대하게 마련이다. 암벽등반을 거기에 비교하자면 주낙하산이 등반능력이며 예비낙하산은 장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안전하다는 것이 곧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암벽등반에 일반적인 스포츠를 초월하는 그 '무엇'이 있음은 하다 못해 단 한번 남에게 이끌려 올라간 경험만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도 종종 확인된다. 사실 암벽등반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은 이루 형언할 수 없다.
실패의 쓰라림을 느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수고한 자의 몫처럼 뿌듯한 성취감을 만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취 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이미 기쁨이 시작되는 것이 등산철학이다. 시작부터 기쁨이 있을진대 암벽등반은 진정 도전해 볼 만한 스포츠이다.
암벽등반은 암벽 표면에 나있는 틈새나 돌기 등을 손으로 잡고 발로 디디며 오르는 것이다. 오른다는 것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추락은 암벽등반에서 항상 예 상되는 것이기 때문에 추락 정도에 따라서는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
아무런 장비도 걸치지 않고 수백 미터의 암벽을 기어오른다면 그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숙련자가 아닌 이상에야 엄두도 못 낼 일이고, 만에 하나 추락했을 경우 땅바닥까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암벽을 혼자 오른다는 것은 특수한 경우이고 우리가 말하는 암벽등반은 대개 두 사람 이상이 등반하며 한 사람이 오를 때 다른 한 사람은 로프와 확보물로 등반자의 추락거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일반적으로 선등자(앞서 오르는 사람)는 자신의 안전벨트에 로프를 묶고 이미 개척된 루트를 따라 오른다. 그 루트는 개척자가 위험요소마다 볼트나 하켄 등의 고정 확보물을 설치해 놓았지만 크랙일 경우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너트나 프렌드 등의 유동확보물을 자신이 설치하며 올라야 한다.
선등자가 추락했을 때에는 확보자가 로프를 자신의 확보기로 제동시켜 선등자의 추락 거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선등자의 등반거리는 사용하는 로프 길이에 따라 약 40미터 안팎에서 미치게 된다. 이것을 한 피치라고 하는데 매 피치마다 선등자나 후등자가 상호 확보를 받으며 오르는 것이다.
암벽등반은 암벽만을 손으로 잡고 발로 딛고 오르며 추락거리를 줄이기 위해 확보물을 설치하지만 아주 어려운 부분에서는 확보물을 손으로 잡고 오를 수도 있다. 전자는 자유등반에 속하고 후자는 인공등반에 속하는데 이제는 그 등반방식이 완연히 구분돼 행해지고 있다.
인공등반은 거벽을 오르는 등반 기술로 변화되었고, 자유등반은 스포츠적인 기술로 변화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