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파라디오 선택요령
1. 다이얼 방식의 수신기를 사용할 것인가 신디사이저 방식의 수신기를 사용할 것인가?
아날로그(AM DSB/SSB, FM) 라디오에는 주파수 튜닝 방식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다이얼 손잡이를 돌려 해당 주파수에 눈금을 적당히 맞추는 다이얼 방식과 버튼을 이용하여 액정 화면에 나오는 대로 주파수를 맞추는 신디사이저 방식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신디사이저 방식의 아날로그 라디오를 통상 '디지털 라디오'라고 부르지만, 정작 디지털 신호를 수신하는 DAB/DRM 수신기와 혼동될 수 있어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만일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려보는 것을 좋아하고 자기가 주로 듣는 주파수 맞추기에 손이 익은 경우라면 신디사이저 방식보다는 다이얼 방식이 더 유리하다. 신디사이저 방식이 오히려 속도가 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얼 방식은 신디사이저 방식에 비해 정확한 주파수를 맞추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신디사이저 방식에 비해 스캔 튜닝이 용이하며, 무엇보다도 건전지 소모가 상당히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신디사이저 방식의 단파라디오는 다이얼 방식의 것에 비해 2배이상의 전력을 소모한다.) 그리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반면에 주파수를 단 1kHz의 오차없이 정확히 맞추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이 듣는 방송의 주파수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하고 주파수 메모리 기능을 통해 간편하게 선국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신디사이저 방식이 더 적절하다. 또한 일부 수신기의 경우 직접 입력키가 있어 마치 전화번호 누르듯이 튜닝을 할 수 있다.
참고로, 일부 중국산 싸구려 단파라디오의 대부분은 다이얼 방식의 간편한 멀티 스캔 튜닝과 신디사이저 방식의 주파수 액정 숫자가 결합된 '퓨전 방식'을 이용하는데(사실은 동조(튜닝)는 수정 PLL이 아닌 일반 바리콘이 이용된다) , 대개 5kHz 정도의 편차가 있다.
2. 49미터 밴드에서 13미터 밴드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가?
대개 올 밴드 (3 MHz에서 30MHz까지 연속으로 수신이 가능)인 신디사이저 방식의 수신기와 달리 다이얼 방식의 수신기는 튜닝을 용이하기 위해 올밴드 또는 2밴드 방식을 쓰지 않고 ITU가 지정한 국제방송용 대역 위주로 '스프레드 밴드'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다이얼 방식의 수신기라면 49, 41, 31, 25, 22, 19, 16, 13 미터 밴드가 모두 포함되는게 바람직한데, 그 이유는 BBC를 비롯한 국제 단파방송국들이 위와 같은 밴드들을 잘 쓰기 때문이다. 120, 90, 75, 60미터 밴드는 주로 트로피컬 또는 로컬 단파방송용이기 때문에 내가 '필수요건'으로 집어넣지 않는 것이다. 내가 주로 쓰는 Sony ICF-SW11의 경우 60, 49, 41, 31, 25, 22, 19, 16, 13미터 밴드가 있어 2번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반면에, 올해 2월달에 구입한 바가 있는 Sony ICF-SW22의 경우 일본 내수모델의 경우 41, 22미터 밴드가 누락되어 있는데 영어방송을 주로 듣는 나로서는 22미터 밴드는 없어도 상관은 없지만, 41미터 밴드가 누락되었다는 것은 사실은 좀 심각한 것이다. 41미터 밴드에는 VOA 한국어방송 등 중요한 방송들이 많으니까! 그래도 ICF-SW22의 카세트 테이프만한 사이즈 때문에 그 기종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41, 22미터 밴드는 포기할 각오는 되어 있어야 한다.
(참고: ITU 국제방송용 밴드)
120 metre 2300 - 2495 kHz
90 metre 3200 - 3400 kHz
75 metre 3900 - 4000 kHz
60 metre 4750 - 5060 kHz
49 metre 5900 - 6200 kHz
41 metre 7100 - 7350 kHz
31 metre 9400 - 9900 kHz
25 metre 11600 - 12100 kHz
22 metre 13570 - 13870 kHz
19 metre 15100 - 15800 kHz
16 metre 17480 - 17900 kHz
15 metre 18900 - 19020 kHz
13 metre 21450 - 21850 kHz
11 metre 25600 - 26100 kHz
*표준 국제방송용으로 쓰이는 밴드는 49, 41, 31, 25, 22, 19, 16, 13 미터 밴드이다. 다만, 영어방송을 주로 듣는다면 여기 극동지방에서는 22미터 밴드가 없어도 괜찮겠다.
*120, 90, 75, 60미터 밴드는 주로 트로피컬(열대지방용) 또는 로컬(자국향 또는 근거리)방송용으로 쓰이며, 15미터 밴드는 거의 잘 안쓰이고, 11미터 밴드는 전리층 사정상 방송국들이 쓰기를 꺼린다.
3. 싱글 컨버전인가 듀얼 컨버전인가?
단파 수신기는 중간 주파수 변환을 몇 번 하느냐에 따라 싱글 컨버전 방식과 듀얼 컨버전 방식으로 나뉜다. 싱글 컨버전 방식은 중간 주파수 변환을 한번하는 방식으로, 중간 주파수(IF)가 대개 455 kHz이다. 이 방식은 거의 모든 일반 AM/FM 라디오와 일부 저가의 단파라디오에 쓰이고 있다. 싱글 컨버전 방식은 생산단가가 듀얼 컨버전 방식보다는 저렴하지만, 단파 대역에서는 영상방해(어떤 한 방송이 전혀 엉뚱한 주파수에 나타나는 현상)가 있고 튜닝 안정도가 떨어져 수신기에서 손을 떼자마다 방송이 바뀌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듀얼 컨버전 방식은 중간 주파수 변환을 2번하는 방식으로 1차 변환 주파수는 저가형(예: Sony ICF-SW22)의 경우 10.7MHz이고, 고가형(예: Sony ICF-SW7600GR)의 경우 약 55MHz이며, 2차 변환 주파수는 455 kHz이다. 이 방식은 1차 변환 주파수를 매우 높게 잡아 영상방해를 감소시키며, 튜닝 안정도를 향상시킨다. 따라서 듀얼 컨버전 방식의 수신기는 싱글 컨버전 방식에 비해 영상 방해 현상이 적으며, 튜닝 안정도가 뛰어나고, 인접 간섭 대처 능력이 더 낫다. 다만, 단점은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저가형의 경우 방송밴드 안의 특정주파수에 내부발진신호가 걸려 그 주파수의 수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4. 스테레오 수신이 가능한가?
단파수신기 선정에서 이어폰 출력이 스테레오로 나오며 FM 스테레오 수신이 가능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Sony ICF-SW22와 같이 이어폰 출력마저도 완전 모노인 기종이 있는데, 주로 이어폰으로 듣는 편이라면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나처럼 스피커 위주로 듣는다면 모르지만 ㅎㅎ;;)
5. SSB 수신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은가?
Sony ICF-SW7600GR처럼 고가형 기종의 경우 단측면대 변조방식으로 송출되는 신호를 수신할 수 있게 SSB 기능이 있는데, SSB 변조 방식은 아마추어 무선, 항공/선박용을 포함한 기타 단파 무선, 특수목적의 일부 단파방송에 쓰인다. 주로 국제방송만을 듣겠다고 하면 (특히 초보자의 경우) 돈을 더 들이면서까지 비싼 SSB 지원 가능 기종을 살 필요가 없지만, 아마추어 무선을 수신하는 것을 즐긴다면 그런 것을 사도 상관없겠다.
6. 감도, 선택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가?
소니, 산진, 그룬디히 등 단파수신기에 관한 유명 브랜드 제품은 거의 모든 제품이 기본적으로 장착된 로드 안테나로도 감도, 선택도가 BBC같은 대출력 국제방송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수준 이상이 되지만, 문제는 2~3만원대의 중국산 저가 제품(Kaide KK-9702 등)들이다. 이런 싸구려 수신기들은 매우 강력한 출력의 중국 로컬방송만 충분히 잡힐 정도로 감도가 형편없어 특히 BBC같은 영어방송이 잘 안잡히고, 또한 선택도도 낮아 주변에 강한 방송이 있으면 그 신호에 파묻히는 현상이 일어난다.
7. 외부 안테나 단자가 있는가 없는가?
특히 영국에서 직접 송출되는 BBC 단파 주파수를 수신하거나 약한 출력의 오지의 방송을 잡기(이것을 DX라 한다) 위해서는 외부 안테나를 이용할 필요가 있는데, 외부 안테나 단자가 있으면 유리하다. 다만, 고가형이 아닌 이상 필터가 그렇게 썩 좋은 편이 못되서 특히 저가형의 경우 무리하게 외부 안테나를 연결하면 오히려 잡음만 증가하고, 오버로딩(overloading)이 되어 수신기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어느정도 수준 이상의 DX를 맛보려면 Sony ICF-SW7600GR 같이 외부 안테나 단자가 있는 고급형 일반 수신기 또는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쓰는 통신형 수신기가 필요하지만, 그냥 BBC같은 대출력 방송을 주로 즐기고 또한 주로 휴대용으로 쓸 것이라면 굳이 외부 안테나 단자가 없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