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실상 ‘50층’ 불가 방침…강남 집값에도 영향
(사진)압구정 아파트 전경.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40년 전 현대산업개발이 강남 아파트의 신화를 쓴 ‘압구정 아파트’ 개발의 밑그림이 나왔다. 기존 재건축 방식의 정비사업계획을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 서울시가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교통과 기반시설까지 종합적 도시 관리를 하게 됐다.
서울시는 “압구정역 역세권 기능 강화와 다양한 공공 공간 확보, 디자인 특화 등을 통해 가로 친화형 단지를 만들 계획”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압구정 주민들의 표정은 좋지 않다. 층고 제한 때문이다.
서울시가 10월 6일 발표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지정 및 계획’에 따르면 압구정 일대 115만㎡에 자리한 24개 단지, 1만여 가구는 6개 재건축 사업 단위로 구분(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주민 맞춤형 정비계획 수립을 유도할 방침이다.
특별계획구역이 되면 설계안을 공모해 추진하는 현상설계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탈피하고 ‘성냥갑 아파트’라는 오명을 씻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다.
◆ “특혜는 없다” 35층 층고 제한 논란
서울시는 용적률, 높이, 구역별 공공 기여 비율 등은 ‘한강변 관리 기본 계획’과 같은 기존 상위 계획의 기준을 준용한다고 덧붙였다. 압구정 주민들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은 바로 여기다.
한강변 관리 기본 계획은 서울시가 2013년 발표한 ‘2030 도시 기본 계획(서울플랜)’에 근거를 두고 수립한 최초의 한강 관련 기본 계획이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한강변 주거용 공동주택(주상복합 제외)은 토지 용도와 상관없이 35층 이하로만 지을 수 있다. 도시경관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압구정 아파트를 비롯한 대상 재건축 단지들은 수년간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요구해 왔지만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압구정 아파트는 1976년 현대 1~3차 아파트 준공을 시작으로 강남권 민영 아파트 개발을 선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면서 “서울의 대표 아파트로 꼽혀 온 압구정 아파트를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 땅콩으로 만들겠다는 데 좋아할 주민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안에 대한 주민 공람을 10월 13일부터 2주간 실시해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서 협의 및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주민들은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서울시는 “특혜는 없다”는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 지연까지 예상된다.
2017년 말까지 유예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압구정 아파트의 35층 여부는 압구정 주민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무엇보다 강남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촉각이 곤두서 있는 곳은 앞서 서울시에 ‘종상향 정비계획변경안’을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잠실주공 5단지다. 잠실주공 5단지는 일부 지역의 용도를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최고 층수를 기존 35층(3930가구)에서 50층(7198가구)으로 변경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