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스크랩] 전원주택에 관한 추억
어느 날 물건 검색을 하는데 내 시선이 한 곳에 오래 머무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전원주택.
자세히 들여다보니 건물은 매각에서 제외되고
토지만 진행되는 것이었기에 경쟁자들이 그리 많지 않을 듯 했다.
특수물건 중에서 법정지상권 물건이다.
경쟁자들을 가볍게 제쳐 낙찰을 받은 후,
곧바로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건물철거 등)을 제기하였다.
(이건 법정지상권 물건을 처리할 때의 공식이다)
애초부터 지상권이 성립하지 않은 건물이었기에
소송은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최종 판결을 앞두고 현장에서 경계측량을 하게 되어
처음으로 그(건물주)를 만나게 되었다.
낙찰 후 처음으로 토지 낙찰자와 건물주가 대면하는 순간이다.
그의 심기가 무척이나 불편할 것이기에 처음에는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당연하지).
건물주가 나를 보자마자 눈에 레이저를 쏘며 다가왔다.
"아니 너무한 거 아니야!? 이 건물 쓰지 못하도록 다 철거할 거니까 그리 아시오."
법정지상권 물건들을 몇 번만 처리해보면
건물주들이 하는 멘트가 몇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 또한 내가 갖고 있었던 경우의 수 중 한 가지 멘트였다.
곧바로 답했다.
"잘 됐습니다. 어차피 땅만 사겠다는 분도 계셔서요."
"......."
사실 건물주가 화를 낸 것이 아니라 사전에 무언가 알아보고 자신있게 던진 멘트였는데,
내가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자기가 예상했던 반응을 보이질 않으니,
오히려 본인이 더 당황하는 눈치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무리 건물주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린다해도
이미 결론은 나와 있었다.
건물주가 시세대로(?) 토지를 사가던지
아니면 건물을 저렴하게(?) 넘기던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몇 번의 대화가 오고간 뒤,
건물주가 적정(?) 가격에 건물을 매도하기로 하였고,
건물가격을 정하기 전에 건물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건물을 둘러보는 순간 !
내 감미로운 예상이 바로 깨져버렸다.
사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정말 그럴싸한 물건이었다.
그의 안내로 2층부터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외관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광경에 실망을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런 안 좋은 상황을 극복하여 수익을 내는 것이 경매투자의 묘미 아니던가.
H빔을 사용하여 철골조로 튼튼하게 지었는데
골조만 되어 있을 뿐 마감이 전혀 안 된 상태였다.
(철거하면 H빔 고물가격이 괜찮게 나올거라 생각되었다)
다행인 것은 방안에 자재가 준비가 되어 있어서
마무리 공사만 하면 될 것 같았다.
AC블럭도 아주 반듯하게 잘 보관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2층에 누수의 흔적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런 상태에 누수마저 있었다면 마무리까지 골치 아파진다.
2층을 둘러보고는 바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곰팡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여기저기 아무리 둘러봐도 1층에서 성한 곳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안방, 거실은 글을 쓰는 지금 다시 봐도 최악이다.
건물 내부 상태를 둘러본 후,
그(건물주)와 다시 가격 흥정에 들어갔다.
"건물값 더 깎아줘야지 안 그러면 못삽니다. 아니 안 삽니다."
"그냥 제 가격 주시오. 토지 싸게 샀잖습니까"
"더"
"더"
"더"
"더"
.....
결국 서로 양보하여 최종적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그에게도 적당한 보상을 해주니 내 마음도 편하고,
더욱 좋게 웃으며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위에서 사진으로 본 것처럼 건물 내부의 상태가 저러한 것이
건물주로서도 민망했는지 내부를 보여주면서,
상태가 이렇긴해도 좋은 자재를 써서 건물 자체는 튼튼하다는 둥~
원래 자재비만 해도 얼마가 들었는데 얼마만 받겠다는 둥~
변명을 하며 건물을 팔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일단 나에게 건물을 팔기로 한 데에다가
건물 상태가 위와 같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세가 완전히 토지주에게로 넘어온 것이다.
최악의 내부 상황 덕분에 나에게 더욱 유리한 흥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수리에 들어갔다.
수리를 하기 전, 컨셉을 잡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 있는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들처럼
여느 전원주택과는 차별을 두고 싶었다.
암울했던 Before 에서
After 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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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모습이다.
H빔 구조로 되어있던 높은 천정을 최대한 살려서
집안을 넓게 보이게 했다.
다음으로 1층의 모습.
1층은 최대한 리폼을 활용하였다.
기존의 서재, 문, 싱크대 등 필름을 활용하였고,
싱크대의 경우 페인팅으로 마무리하였다.
완성된 전원주택 전경이다.
목수에게 삽겹살을 사주며
본래 견적에 없었던 그네와 우체통으로 공사를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실망감을 가득 안겨줬던 이 전원주택은,
억띠기 이상이라는 매도차익을 남겨준 기쁜 추억의 대상이 되었다.
사실 매매를 하며 여러 사연들이 있었고, 그것만으로 한편의 칼럼이 될 듯하다.
전원주택을 투자하며
수익보다 더 값진 경험을 얻었다.
어떤 전원주택이 좋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투자자라면 현재의 망가진 모습을 보고 피할 것이 아니라
수리 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